식단

이지수의 러닝메이트#4 배움은 기존 배움을 내려놓는 것

2022년 5월 12일


📌 [이지수의 러닝메이트]
다노의 대표이면서 건강한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만년 습관성형 수련자’인 이지수가 격주 수요일, 한 편의 글을 전합니다. 신체 기능, 식이, 영양, 운동, 정신건강 등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습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지금껏 가장 강렬하고 커다란 ‘배움’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배움은 의미가 있고 경중을 따지기 어렵겠지만, 그중에서도 탄생이나 죽음 혹은 큰 실패와 같이 인생의 극적인 순간은 꼭 특별한 배울 거리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게 커다란 배움을 준 일생일대의 사건은 제작년에 일어났어요. 바로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것인데요. 이 경험을 계기로 인생의 가치관, 가족에 대한 관점, 일에 대한 관점, 시간을 쓰는 방식, 대화 방식, 세상과 타인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이 모든 것을 다루면 TMI가 될테니 오늘의 러닝메이트에서는 제가 엄마가 된 후 ‘건강한 식단과 영양에 관한 저의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일생일대의 배움 - 엄마가 된다는 것

제 아이는 생후 100일 쯤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을 했어요. 처음에는 입가에 침독이 올라오는 것처럼 시작해서, 얼굴, 팔꿈치, 등, 다리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울긋불긋하게 피부가 상했어요. 약을 발라도 증상이 호전되는 것은 잠시 뿐이었고, 심한 날은 팔꿈치에 진물이 나서 내복이 피부에 딱 붙어 고름으로 굳어버리기도 했어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있자니 엄마로서 아토피 체질을 물려준 것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고, 어떻게든 낫게 해주고 싶어 아토피와 관련된 책과 자료를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아토피 전문 의료원에도 다녔어요.

 

*아토피성 피부염: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피부 습진 질환. 아토피성 피부염은 천식, 알레르기 비염, 만성 두드러기와 함께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 2010년 국내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35.6%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진단받았던 병력이 있다고 대답하였는데, 이는 2000년의 24.9%보다 현저히 증가함. (정보 출처: 서울 아산병원)

 

그러던 중 병원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에게 계란 알러지가 있다는 거였죠. 저나 남편 또는 주변 직계 가족 중에 계란 알러지를 가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더 당황스러웠어요. 지금까지 계란이나 우유 알러지는 아주 희귀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가 계란알러지라니. 청천벽력이었죠. 그런 줄도 모르고 면역력 강화에 도움되라고 밤잠도 안자고 열심히 모유 수유를 해왔는데, 수유 중에 제가 먹은 계란이 아이의 아토피를 더 악화시켰던 거예요.

 

(삼성서울병원 아토피환경보건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가장 흔히 아토피피부염을 유발, 악화시키는 식품은 계란흰자와 우유이고, 땅콩과 견과류도 해당됩니다. ‘모유 수유 시 엄마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 항원들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계란 알레르기와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기의 엄마는 철저한 계란 제한식이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어요.)

 

평생을 계란은 ‘의심의 여지 없는 건강식품’이고 특히나 다이어터 식단에서는 빠질 수 없는, 수많은 장점을 가진 식품이라고 믿으며 살아왔기에 어떤 기전으로 계란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고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게 되는지 그 원리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뉴트리션 팩츠*에서 만든 이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뉴트리션 팩츠 (nutritionfacts.org) : 의학박사 Michael Greger가 설립한 비상업적인 공공 서비스 건강 자선 단체. 기업 광고 후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상업적인 광고기사, 기업 후원에 의해 발표된 논문을 걸러낸 식품, 건강식단, 질병 예방, 건강한 체중 관리 등에 관한 사실 기반 정보를 무료로 업데이트해주는 사이트.

아토피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

여기서 제시하는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식단에서 우유, 계란 그리고 이 둘과 비슷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닭고기와 소고기를 식단에서 배제했을 때 환자의 70%가 호전되었어요. 더 재밌는 것은 우유, 계란 알러지가 없는 아이들도 호전이 되었다는 점이에요. 특히 이중에서도 계란은 아토피 피부염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었어요. 식단에서 계란을 제거하니 극적으로 상태가 좋아졌다고도 언급하고 있어요.

 

또 한 연구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검사를 받은 어린이들 중 3분의 2가 계란알러지가 있었다고 해요.

 

‘국내 초등학생 3명 중 1명 꼴로 아토피 병력이 있는데, 아토피 환자의 상당수가 계란에 알러지 반응을 한다고...?’

 

그럼 과연 계란을 ‘일반적으로 건강한 식품'이라고 추천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한 두 가지 정보 출처만을 받아들이면 편협해질 수 있어 아토피와 알러지 그리고 계란과의 관계를 다룬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도 찾아보았습니다. 육류 섭취에 대한 의견은 ‘제한을 해야 한다.’와 ‘굳이 제한할 필요 없다.’로 다소 갈렸지만, 계란과 우유가 아토피 피부염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식품이며 알러지 유발 식품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아토피를 호전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진 거예요. 내가 건강에 좋다고 믿었던 식품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어제의 영양학에서 검증된 건강식품이어도 오늘의 영양학에서는 새로운 이면이 드러나고 반박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의 스위치를 off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요. (Unlearn to Learn) 지동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천동설을 부정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계란 깨지듯, 제 기존 인식도 깨졌죠.

아이의 아토피를 겪으며 건강식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었던 관점의 편협함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떤 음식이 건강하다, 아니다를 판단할 때 좀 더 깊이 다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계란이 아토피 피부염에 미치는 영향을 더 ~~덕질...~~찾아보면서 더 알게된 사실은 아토피는 피부층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면역과 연관이 깊고, 그렇기에 알러지 유발인자를 차단하는 것 만큼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몸에서 면역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이행하는 곳은 바로 ‘장'이죠. 정확히는 장 안에 서식하는 수많은 종류의 장내미생물들이고요. 이렇게 아토피에서 시작된 저의 뜻밖의 여정은 ‘그 유명한’ 장내 미생물에 대한 공부로 이어집니다. 최근 몇 년간 의학계에서 너무나 핫한 화두, 면역은 물론이고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 심지어 우울증까지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는 다음 러닝메이트 시간에 들고 올게요.

 

러닝메이트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

 

Q. 혹시 고질적인 비염이나 아토피 또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증세가 더 심해지는지 스스로 알고 있나요?

 

Q. 다른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며 즐겨 먹는데 나에겐 맞지 않았던 음식이 있나요?

 

Q. 영양, 건강과 관련된 두 개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어느 쪽을 받아들여야 할 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 않았나요? (ex.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 vs. 단백질은 최소요구량만 채우면 된다) 그럴 때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보를 받아들이나요?